
Su-su-su-supernova
평온해 보이는 빌딩 외관, 그 앞에 주차된 차. 그 위로 누군가 떨어진다. 1947년에 일어난 에블린 맥헤일의 실제 죽음을 오마주한 - 사실 스스로가 세상에서 잊혀지기를 바랐던 그녀의 유언을 생각하면 오마주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 장면으로 에스파의 <Supernova> 뮤직비디오가 시작된다.
그녀의 죽음이 수 십년간 앤디 워홀, 라디오 헤드, 데이비드 보위 등의 아티스트들에 의해 재생산 되었다는 것은 그 죽음의 이미지가 단순한 비극적 측면 이상의 것을 담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각각의 아티스트들이 영감으로 삼은 지점은 다를 것이다. (데이비드 보위 같은 경우 어머니의 정신 병력이 유전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에블린 맥헤일의 죽음에 자신과 가족의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의 형제는 안타깝게도 조현병을 앓다 자살에까지 이르렀다.) 이렇듯 차가운 기계 위에 마치 구원을 받은 듯 평온하게 죽어 있는 인간의 모습은 그 아이러니함으로 하여금 누구에게나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킬 법 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관념적 이미지는 AI와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모습 (목소리, 사진, 영상화)을 복제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이 시점에서 해석의 여지를 강화한다.
유튜브 쇼츠부터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미디어 아트, 그리고 대중 문화까지, 직접적으로 AI를 사용하는 것이든,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든, AI는 창작물에서 주요한 테마로 떠올랐다. 2017년의 The Next Rembrandt 프로젝트, Refik Anadol의 Unsupervised와 같이 이전에는 기술적 한계를 시험하고 활용하는 작업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AI에 관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짐에 따라 AI에 관한 비판을 주제로 삼거나 더 나아가 그 비판을 중심으로 우리의 궁극적 존재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나타났다. 그러한 주제는 에스파의 <Supernova> 에서도 관찰된다.
‘신성’(Nova)이란 ‘새로운’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낱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천구상에 매우 밝은 별이 새로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것을 칭한 것이며, 접두사 ‘초-’(super-)는 초신성이 광도가 훨씬 떨어지는 보통의 신성과는 구분되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supernova>는 뮤직 비디오 속에서 자신이 복제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동시에 ('날 닮은 너, 너 누구야'), 초신성이라는 제목과 가사로 하여금 나 자신이 고유한 존재이며 ('원초 그걸 찾아') 구분되는 존재임을 시사한다. 그들은 집이 불에 타고 있음에도 웃으며 축하하고 (축하 케이크에는 'That's hot'이라는 메세지가 적혀있다), AI CAPTCHA 화면을 부수고 사건을 다시 되돌리며 우리 존재의 근원에 대해 물으면서도 ('질문은 계속 돼, 우린 어디서 왔나'.) 동시에 (Nova can't stop hypersteller) 신성은 초신성을, 즉 특별한 존재를 막을 수 없다고 (다소 희망적으로) 말한다. 이런 연출들은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와 그 속의 안온함, 그리고 그와 반대로 우리 존재의 고유성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사이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면서도 끊임 없이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에블린 맥헤일의 죽음을 오마주한 장면
에블린 맥헤일의 죽음을 오마주한 장면
AI CAPTCHA
AI CAPTCHA
AI를 활용한 장면
AI를 활용한 장면
AI를 활용한 장면
AI를 활용한 장면
AI를 활용한 장면
AI를 활용한 장면
별개로 케이팝을 거의 듣지 않는 편인데, 뮤직비디오나 음악이 재밌어서 몇 번이나 감상했다.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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